업무 중 사고나 질병으로 여러 차례 산재를 겪다 보면, 각각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부위에 장해가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행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는 13급 이상의 장해가 둘 이상 있으면 장해등급을 올려주는 '조정' 제도를 두고 있는데요.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내부 지침을 근거로 "동일한 사고로 생긴 장해가 아니라면 등급을 올려줄 수 없다"라며 불승인 처분을 하였습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2026. 4. 30. 선고 2025 구단 52859)은 이러한 공단의 처분이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한 행위라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과 법원의 판단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 : 서울행정법원 2026.4.30.선고 2025 구단 52859 판결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 취소
[사건 경위]
원고는 B회사에서 34년 동안 근무하였던 근로자이며, 2007년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2008년 4월 30일까지 요양 후 발가락 기능장해 및 결손장해, 다리기능장해가 발생하여 2008년 5월 19일 장해등급 준용 제8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22년 2월, '좌, 우측 감각신경성 난청'이라는 신규 장해를 진단받아 장해급여를 청구하였고, 2023년 8월 17일 장해등급 11급 제5호 판정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2025년 2월 11일 신규 장해에 대한 최종 장해등급이 기존 장해와 조정하여 7급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며 장해급여를 청구하였고, 피고는 2025년 2월 19일 각 장해가 하나의 재해로 인한 것이 아니기에 장해등급 조정 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며 장해등급 및 장해급여 지급처분이 완료되었음을 이유로 이를 불승인하여 원고는 '장해급여 부지급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의 주장]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및 같은 법 제46조에 따라 13급 이상 장해가 둘 이상 있는 경우 장해등급을 1개 등급을 상향 조정한 제7급으로 원고의 장해등급을 결정하여야 한다. 그러나 피고는 다른 재해로 인한 장해는 조정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법령상 근거가 없는 것으로 위법하다.(후략)
[법원의 판단]
피고는 원고의 장해등급 조정을 제한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도 법률에 근거를 두지 않고 피고의 내부적 지침에 불과한 이 사건 지침에만 근거를 두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법률유보의 원칙(행정기본법 제8조)에 위배되어 위법하다.
1) 피고는 2019년 1월 1부터 시행된 장해등급 조정에 관한 시행 지침에 근거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하였고, 해당 지침에서 정한 장해등급 조정원칙은 업무상 재해로 치유된 후 산재보험법 시행령 별표 6에 따른 장해등급의 기준에 해당하는 제13급 이상의 장해가 둘 이상 있는 경우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에 따라 장해등급을 조정하여 결정하되, 이미 장해가 있던 사람이 상해한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계열이 다른 새로운 장해가 발생한 경우 장해 등급 조정에 관한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 그러나 이는 산재보험법 제57조, 같은 법 시행령 제53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46조 등의 상위 법령이 규율하지 않는 내용을 독자적으로 정한 것에 불과하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은 장해등급조정과 관련하여 장해가 둘 이상 있는 경우에는 그중 심한 장해에 해당하는 장해등급을 그 근로자의 장해등급으로 하되, 제13급 이상의 장해가 둘 이상 있는 경우 조정된 장해등급을 그 근로자의 장해등급으로 한다며 1개 등급 상향 조정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반드시 동일한 재해로 인하여 발생한다는 규정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는 취지의 문언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3) 산재보험법은 조정의 제한 여부와 그 범위를 구체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피고에게 별도로 위힘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도 않다. 또한 장해등급을 결정할 때에 장해계열이 다른 장해가 둘 이상 있더라도 장해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장해등급을 결정하는 경우를 시행령 별표 6에 열거하고 있는데 이 사건 지침이 그중 어느 하나에 포섭되는 것이라고 평가할 만한 합당한 사정이 있지 않다.
법원은 산재보험법령 어디에도 '장해등급 조정은 반드시 동일한 재해로 생긴 장해여야만 한다'는 제한 규정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이 상위 법령의 위임도 없이 독자적인 지침을 만들어 근로자의 보상 범위를 좁힌 것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판결입니다.
*행정기본법 제8조(법치행정의 원칙) 행정작용은 법률에 위반되어서는 아니 되며,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와 그 밖에 국민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법률에 근거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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