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해드릴 판례는, 보험설계사인 부모 중 일방이 미성년자인 자녀의 동의를 대신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상법 제731조(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 관련)에 따라 모험계약이 무효가 되지만, 보험사가 해야 할 설명의 의무를 위반한 때에는 그 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고 판단한 사안입니다.
보험사 측에서는 미성년자의 부모 중 일방이 보험설계사로서 설명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전문보험계약자라고 주장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입니다.
사건 : 창원지방법원 2026.4.24. 선고 2025 가합 10707 보험금
[사건 경위]
1. 원고들은 망인의 부모로, 2015년 7월 14일 원고는 망인을 피보험자로 하여 피고의 보험상품에 가입하였다. 이 사건 보험의 주계약은 상해사망 보험금 1천만 원, 상해고도후유장해 보험금 1천만 원이고 특약으로 상해사망(80세 만기) 보험금은 2천만 원, 상해사망(70세 만기) 보험금 7천만 원, 상해사망(60세 만기) 보험금 1억 원, 골절진단비 30만 원 등이 있고 사망 시 보험수익자는 법정상속인이다.
2. 이사건 보험 가입 당시 원고들이 망인의 법정대리인으로서 동의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보험증권 및 보험청약서에 기재된 보험대리점은 I 대리점이다.
3. 망인은 2021년 10월,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재발성 우울장애 진단을 받았고 이후 약 2년 동안 우울증 치료를 받았음에도 2023년 10월 아파트 12층의 주거지 창문에서 추락하여 후두골, 우측 하악골, 늑골, 흉골 등에 골절상을 입었고 두부손상 및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4.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 사유에서 정한 해당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원고들의 주장]
- 주위적으로, 이 사건 보험에 따른 망인의 사망보험금(2억 원) 및 골절진단비(80만 원)를 원고들의 상속지분에 따라 지급할 의무가 있다.
- 제1 예비적으로, 피고가 이 사건 보험 가입 당시 미성년자인 망인 본인의 서면 동의를 위한 특별대리인 선임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바 없고 이는 보험자의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하므로 구 보험업법(2015. 3. 11. 법률 제1316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이하 ‘구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 제2 예비적으로, 이 사건 보험이 무효인 경우 원고 A이 납입한 보험료 11,689,408원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한 것이므로 전액 반환되어야 한다
[피고의 주장]
이 사건 보험 가입은 원고들과 미성년자인 망인 사이의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함에도 망인의 서면 동의를 위한 특별대리인이 선임되지 않았으므로 상법 제731조 위반에 따라 무효이고 이 사건 보험 가입자인 원고는 보험설계사로서 위 절차에 관한 설명의무자가 적용되지 않는 전문계약자이며 이 사건 사고는 고의에 의한 자살로서 이 사건 보험약관 제5조 제1항 제1호의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여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상법 제731조(타인의 생명의 보험) 제1항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전자서명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전자서명이 이쓴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본인확인 및 위조, 변조 방지에 대한 신뢰성을 갖춘 전자문서를 포함한다)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
*민법 제921조(친권자와 그 자간 또는 수인의 자간의 이해상반행위) 제1항 법정대리인인 친권자와 그 자사이에 이해상반되는 행위를 함에는 친권자는 법원에 그 자의 특별대리인의 선임을 청구하여야 한다.
[법원의 판단]
주위적 청구 - 사건 보험 중 사망을 담보로 하는 부분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상법 제731조 제1항의 규정은 강행법규로서 이에 위반하여 체결된 보험계약은 무효인바(대법원 1996. 11. 22. 선고 96다 3708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보험 중 사망을 담보로 하는 부분은 보험사고의 발생이 곧 친권자인 원고들에게는 금전적 이익이 되는 반면 미성년자인 망인의 사망이 조건이 될 뿐 어떠한 경우에도 망인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이 발생할 수 없으므로 친권자인 원고들과 미성년자인 망인 사이에 이해가 상반되는 때에 해당하여 민법 제921조 제1항에 따라 특별대리인이 선임되어야 할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보험 가입 당시 망인의 특별대리인 선임 없이 원고들이 망인의 법정대리인으로서 동의의 의사표시를 하였으므로 강행규정위반으로서 계약체결 시부터 그 효력이 없고, 피고가 이를 이유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망인의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다만, 골절진단비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망인의 치료를 위한 상해보험 부분은 망인의 복리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까지 특별대리인 선임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어 원고들에게 이 사건 보험에 따른 골절진단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고의나 자살에 의한 면책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이를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하여 사망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사망은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로서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망한 사람의 나이와 성행, 육체적, 정신적 상태,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및 진행 경과와 정도, 자살에 즈음한 시점의 구체적인 증상, 사망한 사람을 에워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사망한 사람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6.23. 선고 2015다 5378 판결 등 참조)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 - 손해배상책임
법원은 설명의무에 대한 판단 기준을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는 보험계약 체결시에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하고(상법 제731조 제1항 참조), 이는 강행규정이므로 이에 위반하여 체결된 보험계약은 무효인바, 보험모집인 또는 보험대리점 등이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을 모집함에 있어 보험계약자에 대하여 타인의 생명보험은 다른 보험과는 달리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가 없으면 보험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설명하거나 정보를 제공하여야 할 법적 의무가 신의칙상 요구된다고 할 것이고, 객관적으로 보아 그와 같은 내용을 이해시킬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거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을 모집함에 있어 요청되는 설명의무 내지 정보제공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3다 6212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 피고의 주장(원고가 보험설계사로서 '전문보험계약자'에 해당하여 설명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설명의무 대상이 아니라고 보기 위해서는, 보험업계에서 보험설계사들에게 이에 관한 교육 내지는 설명을 하는 관행이 있다거나 최소한 피고가 보험대리점 또는 보험모집인들에게 미성년자의 서면 동의를 위한 특별대리인 선임에 관해 교육해왔음이 증명되어야 할 것이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아무런 설명도하지 않았다."라고 판단하며 설명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근거한 손해배상책임범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보험설계사 등의 위법행위로 보험계약이 무효가 되거나 일정한 사고를 담보하지 못하여 보험계약자가 지정한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경우 그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서 보험계약자에게 발생한 손해는 보험설계사 등의 위법행위가 없었으면 보험계약자의 의사에 따라 정해지는 보험수익자에게 지급되었을 전체 보험금 상당액이 된다(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2다 200317, 200324 판결 등 참조).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이 사건 보험 중 사망을 담보로 하는 부분이 무효가 됨으로써 원고 A에게 발생한 손해는 전체 사망보험금 상당액인 2억 원이 되고, 다만, 미성년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 가입 시 서면 동의를 위한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야 하는 것은 법령에서 정한 요건인 점, 원고의 설명의무가 면제되는 전문보험계약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어도 보험설계사 직업을 갖고 있고, 이 사건 보험이 유효하기 위한 요건에 관하여 스스로 면밀히 살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점, 원고도 본인 과실을 30%라고 자인하는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하기로 한다."
본 판결은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피보험자로 하여 사망보험 계약을 체결할 때, 민법상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함에도 특별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았다면 상법 제731조 제1항 위반으로 보험계약은 무효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보험사가 이러한 서면 동의 및 특별대리인 선임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신의칙상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이 성립하며, 계약자가 보험설계사라 하더라도 관련 교육 관행 등이 입증되지 않는 한 설명의무가 면제되는 전문보험계약자로 볼 수 없다는 점이 이 판결의 핵심 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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