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보이스피싱 21억 피해, 은행에 손해배상 책임 물을 수 있을까? (서울남부지법 판례)

하행정사 2026. 9. 2. 12:14
반응형
LIST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에서는 이들을 사칭하는 메시지나 전화를 통해 사기가 발생하고 있어 이를 주의해 달라는 주의 문자를 발송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이스피싱은 그 방법이 교묘하고 다양해지고 있어 주의해 달라는 안내가 있더라도 완벽하게 피해 가기 어렵습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판례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은행에 예치해둔 거액의 돈을 잃게 된 피해자가 은행을 상대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및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으로 법원은 원고의 주장에 이유가 없다고 보아 '기각'한 사례입니다.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 발생 시, 어떤 요소들에 착안해 은행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보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판례라고 하겠습니다. 


사건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6.4.8. 선고 2025가합 100965 손해배상 청구의 소

 

[사건 개요]

 

2024년 11월 말, 우체국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일당의 연락을 받은 원고는, 이들로부터 원고가 범죄에 연루되어 무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보유한 자산을 한 계좌로 모아두어야 한다는 취지의 연락을 받아 스마트폰 뱅킹을 이용하여 약 21억 원의 금액을 보이스피싱 일당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하며 사기 피해를 입었습니다. 

 

원고는 5일간 위의 금액을 23회에 걸쳐 지정 계좌로 송금하였으며, 처음 5천만 원을 송금할 무렵, 피고는 원고의 송금 행위를 '이상금융거래'라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스마트폰 뱅킹에서 금융사고 피해가 의심되는 이체거래가 감지되었습니다."라는 내용의 경고 문자를 발송하였으며, 5천만 원을 송금한 후엔 피고가 원고의 전자금융거래가 제한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며 전자금융거래를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임시조치를 취하였습니다. 하지만, 원고는 피고에게 전화를 걸어 해제를 요청하며 이후 송금을 이어갔습니다. 

 

원고는 이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약 9900만 원을 피해환급금으로 수령하였습니다. 

 

[원고의 주장]

 

"피고는 전자금융거래법 제21조,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의4, 5에 따라 금융회사로서 고객인 원고의 계좌를 전자금융사기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여 피해발생을 방지하여야 할 책임을 부담함에도 이를 위반하였고, 그 결과 성명불상자들의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인하여 원고에게 2,137,000,000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민법 제750조에 의하여 원고가 입은 위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다만 원고가 그중 99,307,589원을 피해환급금으로 수령하였으므로 이를 공제한 나머지 2,037,692,41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법원의 판단]

 

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여부

 

"(중략)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 확보 및 이용자보호”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 제3장의 다른 조항을 살펴보면 “전자금융기반시설의 취약점 분석·평가(제21조의3), 전자적 침해행위 등의 금지(제21조의 4)”와 같이 전자금융거래가 전자금융거래계약 또는 이용자의 거래지시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행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에 관한 내용이 있을 뿐, 제3자의 사기 범행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에 관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전자금
융거래법 제21조 제1항은 금융회사등에게 전자금융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나 전자적 침해행위를 방지할 책임을 부과하는 규정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원고가 기망에 속아 성명불상자들이 지정한 계좌로 돈을 송금한 이 사
건에서, 전자금융거래법상의 “오류”나 “전자적 침해행위”가 있었다는 사정에 관한 주장·증명이 없는 이상 원고가 전자금융거래를 통해 돈을 송금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전자금융거래법 제21조 제1항의 안전성 확보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여지는 없다.(후략)"

 

*전자금융거래법에서 말하는 오류는 "이용자의 고의 또는 과실 없이 전자금융거래가 전자금융거래계약 또는 이용자의 거래지시에 따라 이행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하며, 전자적 침해행위란 "해킹, 컴퓨터 바이러스, 논리폭탄, 메일폭탄, 서비스 거부 또는 고출력 전자기파 등의 방법으로 전자금융기반시설을 공격하는 행위"를 말한다.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의 책임)
제1항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고로 인하여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1. 접근매체의 위조나 변조로 발생한 사고
2. 계약체결 또는 거래지시의 전자적 전송이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
3. 전자금융거래를 위한 전자적 장치 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획득한 접근매체의 이용으로 발생한 사고

 

나.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여부 

 

1) 원고의 주장 중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의 4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이행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본인확인조치를 이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진실한 의사로 금융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까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판단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조항의 문언 상, 본인확인조치는 금융회사와 계약을 체결한 사람과 그 계약에 따라 전자금융거래를 이용하는 사람이 동일한지를 확인하는 조치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를 넘어 외부의 부당한 간섭 없이 온전하게 자신의 판단에 따라 거래를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가 포함된다고 해석할 만한 문구는 찾아볼 수 없는 점 등을 볼 때 원고가 주장하는 본인확인조치의 범위를 확대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며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의5 위반 여부(원고는 5일간 23회에 걸쳐 거액의 금액을 송금하였는데, 원고는 단 한차례 임시조치를 취하였을 뿐이었기에 임시조치 및 본인확인조치 의무를 해태하였다고 주장)

 

법원은 이에 다음과 같은 판단 기준을 명시하였습니다. 

 

"금융회사가 (i) 이상거래 탐지를 위하여 마련한 자체점검의 기준과 방법에 따른 자체점검을 제대로 실시하지 아니하여서, 또는 (ii) 자체점검의 기준과 방법에 따라 자체점검을 제대로 실시하였지만 그 자체점검의 기준과 방법이 부실하여서 (객관적으로 볼 때 현저히 합리성과 적정성을 결여함으로써 사회적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어서), 이용자의 계좌가 피해의심거래계좌로 이용되는 것으로 추정할 만한 사정이 있음에도 임시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이용자의 계좌가 피해의심거래계좌로 이용되는 것으로 추정할 만한 사정을 인지하지 못하여 임시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와 그러한 사정을 인지하였음에도 임시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에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의 5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주장에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1) 최초 송금거래 관련 임시조치의무 위반 여부

 

법원은, 피고의 조치가 스스로 마련한 기준과 방법에 따른 점검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임시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단지 인증서 발급 후 고액거래가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전기통신금융사기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원고의 5천만 원 송금행위에 관하여 즉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의 5 제1항에 따른 임시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임시조치 해제 후 이루어진 추가 송금거래 관련 임시조치의무 위반 여부

 

법원은 "피고가 원고의 전자금융거래를 지연하거나 일시정지하는 임시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단하면서도, "(중략)원고가 돈을 송금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약 1시간 전에 이미 한 차례 원고의 전자금융거래를 제하는 임시조치가 이루어졌고, 약 20분 전에 원고의 요청 및 피고의 본인확인조치에 따라 위 임시조치가 해제된 점, ➂ 원고가 피고의 직원에게 위 임시조치의 해제를 요청하며 통화한 내용을 살펴보면 원고는 성명불상자가 지정한 계좌로 9,800만 원의 송금을 시도하였으나 피고의 임시조치로 인하여 송금이 이루어지지 않자 임시조치의 해제를 요청하였던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가 임시조치 해제 직후인 13:07 이루어진 9,800만 원의 송금거래에 대하여 다시 임시조를 취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➃ 13:07 이후에 이루어진 4건의 송금거래의 경우 모두 이체상대계좌가 13:07 이루어진 송금거래와 동일하므로 반복적인 송금거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의심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토대로 볼 때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2조의 5 제1항에 따른 임시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판결문이 말하는 바는, 은행의 의무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통해 이상징후를 확인하면 문자를 보내거나 거래를 잠시 정지하는 임시조치까지라고 할 수 있고, 은행의 이러한 책임을 다 한 후에도 거래를 시도하여 위와 같이 송금이 이뤄진 경우에는 고객 본인의 의사에 따른 거래로 보아 은행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이 많은 요즘, 사건이 발생해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고자 한다면 확인할 의미가 있는 판례라 하겠습니다. 

728x90
반응형
LIST